• 최종편집 2024-05-0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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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로 간 아이들

 

푼푼한 햇살에 목련이 피고 농익은 봄바람에 꽃이 진다. 

 

자고새면 개혁이 일으키는 바람에 몸살을 앓는 사람을 뜬금없이 발견하게 된다. 시절 좋던 때에 맘껏 비리를 저지르며 그게 세상사는 법인 양 느물거리던 사람들이 바람에 나는 검불처럼 날리고 있다.

 

뭔가를 보여주겠다던 웃기는 짜장은 국민이 뽑아준 자리 내팽개치고 다시 술집 사장으로 돌아갔다. 나와서는 안 될 곳에 나왔고 그만두지 말아야될 것을 그만둠으로 그는 두 번 분수에 맞지 않는 실수를 저질렀다.

 

그런데 뭔가를 다시 보여줄 것으로 전혀 기대하지 않던 분이 놀라운 것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기름 부음 받은 몸으로 국가수반이 되신 분이다. 요즈음 신자들마다 그분을 위해 기도가 절로 나온다고 하니 신명 나는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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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를 탄 소년 십자군

 

독일에도 소년 십자군 소식이 전해졌다. 니콜라스라는 소년이 독일에서는 선봉장이 됐다. 거개가 열두 살 먹은 소년들이 떼를 지어 꾸역꾸역 모여들었다. 심지어 여자애들도 끼어 눈길을 끌었다.

 

독일 얼라들은 처음 출발할 때 찬송을 부르며 출발했다. 여행 앞머리에 발걸음은 가벼웠고 길 또한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라인강 계곡은 식량을 얻을 수 있는 도시와 마을이 많았다. 그러나 아이들이 아름다운 스위스 삼림을 지나기 위해 라인강을 벗어나자마자 험한 고생이 시작됐다. 출애굽 한 이스라엘 백성의 광야길이 시작된 거나 진배없었다.

 

스위스는 자리가 잘 잡힌 나라가 아니었다. 그래서 식량을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엎치고 덮친 격으로 강도와 야수들이 들끓었다. 숲속에 웅크리고 있던 강도와 야수들은 먹을 것을 찾으러 아이들이 대열에서 떨어져 헤매면 영락없이 덮쳤다. 마침내 알프스 산자락이 아슴하게 자태를 드러냈다. 깎아지른 절벽들을 보자 걸음을 돌리는 아이들도 있었다.

 

앞으로 계속 전진하다가 알프스의 하얀 눈 덮인 등성이에 뼈를 묻는 아이들로 솔찬했다. 그럼에도 알프스를 안전하게 넘어 북부 이탈리아 평원에 도달한 아이들이 수천 명이나 됐다. 그들은 영락없는 거지 몰골로 평원을 가로질러 약속의 땅으로 인도해줄 바다로 행진했다. 그러나 정작 그 바다는 충정 어린 소년 십자군을 위해 모세 때의 홍해처럼 뒤로 물러가 갈라지지를 않았다. 억장이 무너진 아이들은 바로 그 자리에 머물러 이탈리아인으로 성장한 수도 꽤 됐다. 나머지는 터덜터덜 한 가닥 희망을 가지고 로마 교황을 찾아갔지만 거룩한 아버지는 어른이 될 때까지 기다리라고 아이들을 다독거릴 뿐이었다.

 

스데반 휘하의 프랑스 아이들은 마르세이유 항구로 몰려갔다. 물론 거기서도 그들을 위해 바다가 쩍 갈라져 주지는 않았지만 독일 아이들과는 형편이 좀 나았다. 친절하게도 아이들을 위해 배를 선선히 내준 상인들이 있었다. 상인들은 일곱 척의 배를 내놓았다. 각 배에 칠백 명씩 승선했다. 근 5천 명 아이들이 신나라 하며 깡충깡충 배에 올랐다. 배는 출항했지만 18년 동안 그들의 소식은 다시 들려오지 않았다. 프랑스 소년 십자군은 바다로 출항한 뒤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졌다. 20년 가까운 세월이 지나 회교국 군주가 방면한 한 생존자가 집에 돌아와 소식을 전하기까지는 말이다.

 

2021-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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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배의 이야기 세계 교회사 74_ 바다로 간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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